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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시선으로 적어나가는 여행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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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30. 14:02 바깥에서 바깥보기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처음 떠난 이국의 한 바닷가에서 잠시 숨을 내쉬며
낯선 하늘의 구름을 그 투명한 눈빛에 담고 있었을까.
아니면 그 구름을 고스란히 담아낸 물빛에 정신이 팔려 있었을까.

이 낯선 모험에서 아버지의 팔뚝에 딱 붙어선 채,
조금은 두려운 눈으로 또 조금은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의 눈을 통해
이제 삶이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버린 어른은
잊고 있었던 것마냥 세상을 발견한다.

아마도 이 아이의 마음이라면 저 물 위라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 베트남의 제주도, 푸국섬의 한 리조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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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이기지 못한 건 자연이었다  (1) 2008.01.28
posted by 더키앙
2008. 1. 28. 13:30 바깥에서 바깥보기

베트남에 와서 처음 눈에 띈 것은 오토바이였다.
베트남 하면 시클로라지만 이제 시클로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대신 도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는 개미집에 물을 부은 것처럼
끝없이 골목길에서 튀어나오고 사라지고를 반복했다.

가만히 그것들을 보고 있거나, 자동차를 타고 그 길에 서 있거나,
혹 그 오토바이들이 무차별로 달리는 그 도로를 건너야 할 때마다
삶은 죽음과의 사이에서 왔다 갔다 움직였다.

그래도 그 무질서 속에 질서라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용케도 차들은 오토바이를 피해달리고, 오토바이들도 저마다 잘 가는 걸 보면...

그리고 바오밥 나무를 보았다.
뿌리가 온통 밖으로 튀어나온 것 같은 그 나무는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가지들과 둥치가 달라붙어 있었다.

메콩강은 오지 중의 오지였다.
배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데 그 곳이 도대체 어딘지 모를 정도로 오지였다.

길도 없고 강도 미로처럼 휘어져 나가있는 이 도시에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

저것이 자연이다.
무질서해보이지만, 나름의 질서가 있는 흐름 같은 것.
사람이 가끔씩 차에 치이고 오토바이도 도로 밖으로 튕겨져 나가지만
몇 시간 뒤면 그 길 위로 수백 대의 오토바이가 다시 지나가고
그 흔적조차 사라지는 그것이 바로 자연이었다.

때로 자본주의는 생태주의와 정반대 개념이 되곤 한다.
인공적인 세계를 만들려 하는 자본주의는 늘 자연을 파괴한 연후에야
안심한다...
인간이 치르는 전쟁은 때론 자연이라는 변수와 부딪친다.
자본주의의 돈으로 전쟁을 치르는 인공의 힘, 무기들은
자연 속에서 때론 무기력했진다.

길도 보이지 않고,
지나갈 틈도 주지 않는 바오밥 나무 사이로 걸어나가면서
끝없이 개미들처럼 나타나는 적 앞에서
덩치 큰 이국의 병사들은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니 자연 자체를 폭탄으로 불질러 버리거나
고엽제로 고사시키려 했던 것이다.

결국 그들은 이기지 못했다.
자연 앞에서 그들은 한갓 미천한 인간일 뿐이었다.

베트남은 여전히 북적대고
자연은 자연 그대로 더러우면서도 생명력이 넘치고 있다.
그들은 져도 철저하게 진 것이다.
posted by 더키앙